우리 집엔 고양이가 넷이나 있다.
산초, 후추, 소금, 설탕
순서대로 첫째부터 막내인데 다들 생김새도, 성격도, 식성도 다 다르다.
누군가는 “고양이 네 마리 키우면 힘들지 않아?”라고 묻곤 한다.
물론 힘든 점도 있지만, 각자의 매력이 너무 다르고 소중하기 때문에
오히려 좋다라고 대답하는 편이다. 전혀 힘들지 않다.
오늘은 그중에서 첫째 산초 이야기부터 해보려고 한다.
산초는 한창때 무려 8.5kg나 나갈 정도로, 타고난 거대냥이다.
그렇다고 뚱냥이는 또 아닌.. 사람으로 치면 강호동 님.. 추성훈 님 느낌 아닐까?
어릴 적부터 미묘 소리도 많이 듣고, 실제로 정말 예쁜 고양이다.
덩치는 크지만 성격은 무던하고 착해서, 가끔은 “이거 강아지 아냐?” 싶을 때도 있다.
산초가 우리의 첫 반려 고양이가 아니었다면,
조미료네가 네 마리의 고양이를 반려하지 못했을 거다..
그런 산초가 요즘 부쩍 자주 속을 썩인다.
바로 북어트릿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고양이를 키워본 분들이라면 다 아실 거다.
고양이는 정말 규칙적이고 시간약속에 철저하다.
산초에게 밤 10시는 북어트릿을 먹는 시간이다.
저녁이 되면 산초는 냉장고 문 여는 소리에 예민해진다.
우유라도 꺼내 마시려고 하면, "북어트릿이야?" 하고 달려오는 산초.
심지어 다른 고양이들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오픈런을 하는 것처럼
냉장고 앞에서 기다리기도 한다.
산초가 가장 좋아하는 북어트릿은 촉촉트릿의 북어트릿이다
이 북어트릿을 주는 날에는 우선 헐레벌떡 자기 북어트릿을 다 먹어치운다.
그러고서는 콧바람을 씩씩거리며 다른 고양이들에게 돌진한다.
보통 피해자는 후추...인데 이 모습이 가끔 무섭기도 하다 ㅋㅋㅋ
이 정도면 다들 귀엽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만약 시간을 안 지키거나, 늦게 귀가하기라도 하면
거실은 온통 산초의 울음소리로 가득 차게 된다.
산초는 덩치가 커서 그런지 목청도 정말 크다.
한동안은 그 울음소리에 못 이겨
북어트릿을 호다닥 꺼내 바치기 바빴는데,
요즘은 얘가 좀 더 똑똑해진 느낌이다.
“울면 간식 나온다”는 걸 알아버린 듯한데,
양이 조금 모자라면, 점심·새벽에도
목청껏 울어버리는 일이 생긴다.
유튜브에서 유명한 수의사 선생님들은 이럴 때 무시해야 한다고 하시던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귀엽기도 하고,, 넘 시끄럽기도 하고,,
그래도 요새는 진짜 참고, 무시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산초는 북어트릿에 눈을 뜬 뒤로
츄르, 습식캔을 거의 입에도 안 댄다.
음수량이 조금 걱정되기는 하지만, 덕분에 체중이 1kg 넘게 빠졌다
원래 뚱냥이는 아니지만 확실히 좋은 변화인 것 같긴 하다.
혹시 고양이 체중 감량이 고민 중인 분들이라면
트릿 조절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지도...?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산초는 앞에 앉아서 나를 빤히 보고 있다.
오늘도... 북어트릿을 더 줄까 말까,
고민되는 저녁이다.